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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잡썰

AI의 예술 모방, 예술가들은 왜 분노하는가?: 지브리 스타일부터 팝스타까지, 창작자들의 목소리

by 컬스터디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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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풍으로 생성한 AI 이미지

"지브리 스튜디오 풍으로 그림을 그려줘!"라는 간단한 명령어에 AI가 뚝딱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그대로 복제해 노래를 부르는 시대. 

정말 놀랍고 신기한 기술의 발전이죠. 

하지만 이 화려한 기술의 이면에는 깊은 시름에 빠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들의 삶과 열정이 담긴 '스타일'을 AI에게 무방비하게 '학습'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예술가들입니다.


얼마 전 BBC 뉴스는 엘튼 존, 두아 리파를 비롯한 수백 명의 영국 예술가들이 AI의 무분별한 창작물 학습에 반발하며 보호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AI가 특정 예술가의 스타일을 학습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법적인 논쟁을 떠나, 예술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 보겠습니다.


AI는 어떻게 예술가의 '스타일'을 모방하는가?

AI가 마치 마법처럼 특정 예술가의 스타일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뒤에는 엄청난 양의 '공부'가 숨어있습니다. 

AI는 마치 수천수만 권의 교과서와 연습장을 쉼 없이 탐독하는 부지런한 학생과 같아요. 

이 '교과서'가 바로 예술가들의 작품 데이터입니다.

미술 분야: AI 화가가 '지브리 스타일' 또는 '반 고흐 스타일'을 배우는 법

Drawing AI - PixaBay

  • 1단계: 방대한 '그림 교과서' 읽기
    AI에게 수천, 수만 장의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장면 이미지나 반 고흐의 그림들을 보여줍니다.
    이건 마치 학생에게 "자, 여기 지브리 (또는 반 고흐) 작품 전집이 있으니 전부 다 보고 특징을 파악해봐!" 하고 엄청난 양의 그림 자료를 주는 것과 같아요.
  • 2단계: '스타일의 비밀' 찾기 – 패턴 인식
    AI는 이 그림들을 분석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즉 '스타일의 비밀 레시피'를 찾아냅니다.
    • 색감:
      "아하, 지브리 그림은 초록색과 파란색이 정말 풍부하고 따뜻한 느낌이구나! 반 고흐는 노란색과 파란색을 강렬하게 대비시키고,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구나!"
      AI는 이런 식으로 작품에 주로 사용된 색상 조합과 질감을 파악합니다.
    • 선과 형태:
      "지브리 캐릭터들은 눈이 크고 둥글둥글 부드러운 선으로 그려지네. 배경은 아련한 수채화 느낌이야.
      반 고흐의 붓 터치는 짧고 강렬하게 꿈틀거리는 선들이 많구나!"
      AI는 그림 속 선의 종류, 사물의 형태, 그림 전체의 구도 등을 학습합니다.
    • 자주 나오는 주제나 분위기:
      "지브리 애니메이션에는 하늘을 나는 장면, 신비로운 숲, 순수한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고, 어딘가 아련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있어. 반 고흐는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자신의 초상화를 자주 그렸고, 그림에서 강렬한 감정이 느껴져."
      이처럼 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나 전체적인 느낌도 중요한 학습 내용입니다.
  • 3단계: 나만의 '새로운 그림' 그리기
    이렇게 수많은 그림을 통해 '스타일의 레시피'를 터득한 AI에게 "지브리 풍으로 웃는 소녀를 그려줘" 또는 "반 고흐 스타일로 서울의 밤하늘을 그려줘" 라고 명령하면, AI는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해당 스타일로 창조해냅니다.
    특정 그림을 그대로 베끼는 게 아니라, 스타일의 '규칙'을 적용해 새롭게 그리는 것이죠.

음악 분야: AI 작곡가/가수가 '엘튼 존 스타일' 또는 '특정 장르'를 배우는 법

music AI - PixaBay

  • 1단계: 끝없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듣기
    AI에게 엘튼 존의 모든 앨범 수록곡이나, 예를 들어 '80년대 시티팝' 장르의 수많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마치 학생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수백 번 듣거나, 특정 장르 음악만 파고드는 것과 같아요.
  • 2단계: '음악의 DNA' 분석하기 – 패턴 인식
    AI는 이 노래들을 분석하며 그 스타일을 구성하는 '음악적 DNA'를 찾아냅니다.
    • 멜로디와 화성:
      "엘튼 존은 피아노를 기반으로 이런 식의 멜로디 라인을 만들고, 이런 코드 진행을 즐겨 쓰는구나!
      시티팝은 이런 청량한 신시사이저 코드와 세련된 멜로디가 특징이네."
      AI는 음의 높낮이 변화, 화음의 구성과 흐름을 학습합니다.
    • 리듬과 악기 구성:
      "엘튼 존 노래는 이런 드럼 비트와 베이스라인이 자주 나오고, 현악기나 코러스가 풍성하게 쓰이는구나.
      시티팝은 통통 튀는 드럼 머신 리듬에 시원한 브라스 섹션, 일렉트릭 피아노 소리가 중요하네."
      AI는 곡의 박자, 빠르기, 주로 사용되는 악기들의 소리와 연주 패턴을 익힙니다.
    • 목소리 특징 (가수 모창의 경우):
      만약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흉내 내야 한다면, AI는 그 가수의 음높이, 바이브레이션, 발음, 숨소리, 창법 등을 아주 세밀하게 분석하여 학습합니다.
  • 3단계: 나만의 '새로운 곡' 만들거나 '모창'하기
    학습을 마친 AI에게 "엘튼 존 스타일로 새로운 발라드 곡을 만들어줘" 또는 "80년대 시티팝 느낌으로 이 가사를 노래해줘" 라고 하면, AI는 학습한 '음악 스타일의 공식'을 활용해 새로운 곡을 작곡하거나, 특정 가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인간 예술가의 스타일을 정교하게 학습하고 모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가들의 깊은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 '교과서'와 '플레이리스트'가 된 수많은 작품들이 대부분 원작자의 명시적인 허락이나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착취입니다!": AI의 스타일 학습에 대한 예술가들의 주장

엘튼존 이미지 - BBC

"우리의 평생 노력이 공짜로 먹히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자신들의 삶과 영혼이 담긴 작품, 수년간 갈고닦은 독창적인 스타일이 AI 모델 학습에 아무런 허락이나 대가 없이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BBC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예술가들은 이를 "자신들의 작품을 거대 기술 기업에 공짜로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느끼며 깊은 박탈감을 호소합니다. 

수많은 밤을 새워 만들어낸 결과물이 단순한 학습 '데이터'로 치부되는 현실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고유한 창의성과 정체성이 희석된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예술가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데 AI가 이 스타일을 손쉽게 복제하고 대량으로 유사한 결과물을 쏟아낸다면, 원작자 고유의 창의성과 예술적 정체성이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쉽게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브리 스튜디오가 오랜 시간 쌓아온 독보적인 예술적 가치와 매력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시장에서 진짜와 AI 모방작이 뒤섞여 혼란을 야기하고, 원작자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큰 걱정거리입니다.

"생계가 직접적으로 위협받는다"

   AI가 특정 스타일의 그림이나 음악을 빠르고 저렴하게, 심지어 꽤 높은 품질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인간 예술가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감이 큽니다. 

특정 분위기의 배경음악 작곡, 특정 화풍의 삽화 제작 등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의 작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는 예술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많은 창작자에게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인간 창의성의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된다"

   더 나아가, AI의 모방이 만연해지면 사회 전체가 인간 고유의 창의성, 그 안에 담긴 감정, 사유, 노력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도 있습니다. 

예술 작품에 담긴 '영혼'이나 '인간적인 손길'이 간과되고, 결과물의 피상적인 유사성만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예술 생태계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투명성과 공정한 대우를 원한다"

   예술가들은 AI 개발사들이 어떤 작품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만약 자신들의 작품이 AI 모델 훈련에 기여했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인정과 공정한 보상(또는 라이선스 계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 창작자로서의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인 셈입니다.

예술가들의 목소리,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노력과 창의성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기술 발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입니다.

예술가들의 반발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변화를 거부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아닙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자신들의 정체성이자 삶의 기반인 창작 활동을 지키려는 절박함, 그리고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 존중받는 사회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BBC 기사에서 한 예술가가 "우리는 부를 창조하고, 국가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홍보하며, 미래의 혁신가들이다"라고 말했듯, 예술은 우리 사회와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결론: AI 시대, 예술과 창작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

AI가 예술가의 스타일을 학습하고 모방하는 능력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이 기술이 가져올 편리함과 새로운 가능성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예술가들의 진솔한 우려와 주장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논의의 핵심은 AI 기술의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과 공존하며 윤리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창작자의 노력이 존중받고, 그들의 권리가 보호되며, AI와 인간이 함께 더 풍요로운 예술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을 찾기 위한 사회 전체의 진지한 고민과 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 읽어보기:
 * Elton John and Dua Lipa seek protection from AI (BBC News): https://www.bbc.com/news/articles/c071elp1rv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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